Menu

제대한지 30년 넘었는데..또 삽질했다는 톱스타

오승희 기자 3개월전 업로드

영화 <파묘> 기자간담회
장재현 감독,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배우 참석

2월 20일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파묘>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다. 현장에는 장재현 감독,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배우가 참석했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영화다. 한국 오컬트 장르의 일인자로 불리는 <검은 사제들>, <사바하>의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어렸을 적 100년 넘은 무덤의 이장을 지켜본 장재현 감독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전작들보다 <파묘>는 직접적으로 표현된 강렬한 의도가 전해진다.

장재현 감독은 “캐릭터의 활동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려고 했다. 코로나를 겪으며 극장용 영화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관객이 직접적이고 육체적이며 화끈하게 볼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며 “풍수지리 선생님과 땅과 가치관을 대화로 풀어가면서 결국 ‘쇠침’이란 단어로 모이게 되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김고은은 원혼을 달래는 무당 ‘화림’을 맡아 신들린 굿판을 펼친다. “처음 미술팀에서 만든 큰나무를 봤는데 압도되었다. 대살굿 촬영 때 계속 뛰어다녀서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하루 만에 끝낼 수 없는 분량을 4대의 카메라로 촬영하며 하루 만에 끝낼 수 있었다. 굿 퍼포먼스 연습을 많이 했서인지 생각보다 힘들이지 않고 끝냈다”라며 현장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유해진은 “(고은 씨가) 쉬웠다고 말했지만 경문도 외우고 레슨도 받으면서 열심히 준비했다. 제가 그 역할을 맡았다면 어땠을지 생각하니, 피 말리는 연습이었겠다”라며 겸손을 칭찬했다.

최민식은 “라이브로 보면서 저러다가 뭔 일 생기겠다고 할 만큼이었다. 몸은 힘들었겠지만 배우가 철저하게 몰입하고자 하는 의미, 프로페셔널한 자세가 감동적이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특히 후반부는 무속신앙으로 승부하는 한일전 같고 과거와 현재의 싸움처럼 보였다. 과거의 아픔을 소재로 쓴 이유에 대해 장재현 감독은 “이장을 따라다니면서 질문이 생겼다. 무덤을 파서 태우는 일에 무슨 의도가 있을까 고민했다. 과거의 잘못을 꺼내 깨끗하게 없애는 정서가 다가왔고,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로 얼룩진 대한민국을 파묘하고 싶었다. 거기에 재미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은 욕망도 더러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민식은 40년 경력의 풍수사 ‘상덕’을 맡아 직접 흙 먹는 장면을 소화해 화제다. 최민식은 “진짜 흙이었다면 아파서 입원했겠지만 맛있는 식용 흙이었다. 풍수사는 크게 흙의 맛을 보면서 토양의 느낌, 미네랄, 미생물로 음택과 명당을 가려내는 부류와 물길이나 방향으로 흉지와 명당을 가려내는 부류로 나뉜다”며 풍수사를 해석한 견해를 말했다.

이어 “군 제대 30년 만에 원 없이 삽질했다. 포클레인도 있는데 굳이 왜 삽으로 흙을 뜨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앞선 말은 장난이고) 유쾌해서 기분 좋았다. 서로 합이 잘 맞으면 아무리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으며 당시 현장 분위기를 상기했다.

장재현 감독의 전작 <사바하>에서는 박목사(이정재)에 본인을 투영했는데 <파묘>에서는 영근(유해진)인 것 같다. 이에 대해 유해진은 “영근은 대통령 장례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다른 인물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인지하는 타입이다. 무당, 풍수사보다는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철저히 관객의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본다”고 전했다.

장재현 감독은 “제가 헷갈릴 때 배우들과 허심탄회하게 많은 대화를 하면서 만들어 나갔다. 베테랑 배우, 스태프와 협업하니 (믿고)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여유롭게 작업했고 마음 편하게 찍었다”며 유독 호흡이 잘 맞았던 현장을 곱씹었다.

위계질서보다 존경하고 존중하는 협업의 개념이 지배했던 현장 같았다. 배우 스태프 합이 좋은 이유를 두고 장재현 감독은 “조상 중에 좋은 데 누워 계신 분이 있는 것 같다”라며 농담을 건넸다. “저는 교회를 다니지만 큰일 앞두고는 할머니 무덤을 찾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세 배우가 새로운 것을 갈망해서 새로운 시나리오를 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장재현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계기에 대해 유해진은 “오컬트 장르를 해본 적 없어 선택했다. 우리나라 오컬트 장인의 연출은 어떨지 궁금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어떻게 구현될지 호기심이 컸었다”고 말했다.

김고은은 “감독님의 시나리오라 특히 좋았다. 오컬트 장르도 좋아해서 극장에서 즐기는 걸 좋아한다. 장재현 감독님의 전작도 챙겨 볼 정도였다. 시나리오를 받고 상상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는데 최민식 선배님이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 번은 만나 뵙고 싶었다”라며 출연 계기를 전했다.

최민식은 “순전히 장재현 감독 때문이다. 그가 조각해 나가는 과정이 궁금했다. 인간이 나약해질 때마다 매달리게 되잖냐. 장재현 감독은 신과의 관계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대한다. 전작들만 살펴봐도 만듦새가 세련되고 촘촘히 짠 카펫처럼 구멍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쯤 시나리오가 들어왔고 크랭크인부터 크랭크업까지 저는 조감독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고방식이 좋았다. 일상과 밀접한 무속 신앙을 현대는 미신이라며 터부시, 저평가 되고 있다. 형이상학적이고 관념적인 생각을 재미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 궁금했다”며 함께 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촬영장, 녹음실에서 귀신을 보면 흥행한다는 미신이 있다. 영화 속에서도 귀신을 부르는 주문을 많이 외우는데 실제 귀신을 만났을지 묻자.

유해진은 “영안실에서 화림이 혼을 부르는 장면을 찍을 때 스태프 및 배우 몇몇이 한기가 느껴진다며 시름시름 앓았다. 당시 현장에 무속 자문 선생님이 계셨는데 ‘저리 가!’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더라. 그 후 다들 멀쩡하게 나았다”고 말해 객석이 술렁였다.

이 말을 듣고 있던 김고은은 “저는 경문 외우느라 귀신이 있었는지도 몰랐던 것 같다”고 특유의 쾌활한 분위기를 풍겼다. 장재현 감독은 “아마 귀신보다 더 강한 아우라가 배우에게 있어 물러났던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파묘>에 집중하게 만드는 건 묫자리가 펼쳐지는 산속, 절 등. 즉, 현장성이다. 음침하고 압도적인 현장은 장재현 감독 특유의 즐거움이었다. 그는 “촬영 장소에 처음 들어설 때 징크스가 있다. 배우들이 ‘이야, 이런 데를 어떻게 찾았어’라며 감탄할 때 그날 일이 잘 풀린다. 반면 ‘내가 생각했던 거랑 좀 다른데, 그냥 가까운 데서 찍자’라고 하면 그날은 뭘 해도 잘 안된다. 현장의 소품, 공간 자체가 주는 위압감, 몰입감을 더 신경 쓰게 된다”며 장소 헌팅 과정을 설명했다.

CG로 촬영할 수 있었을 텐데 실사 촬영을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블루 스크린이 있으면 배우가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느낌이 살아나지 않아서 실사를 좋아한다. 배우 자체도 장소가 주는 장치를 통해 연기를 더 잘 소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CG에 한번 의존하기 시작하면 계속 그럴 것 같아서 지양하는 편이다”라고 답했다.

이 자리에 군 복무로 오지 못한 이도현의 연기도 화제였다. <파묘>는 이도현의 첫 스크린 데뷔작이다. 화림을 선생으로 모시는 젊은 제자 봉길을 소화했다. 장재현 감독은 “나이와 경력에 비해 스킬이 뛰어난 친구다. 일본어 대사 어감까지 달달 외웠다”라고 말했다.

영화 <파묘> 스틸컷

<파묘>는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섹션에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한국적인 소재를 접한 해외 관객의 반응은 어땠는지 묻자.

장재현 감독은 “상덕의 딸이 독일에서 공부하고 독일인 사위를 얻지 않나? 영화에서 꼭 독일을 언급하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제에서 불러준 건지도 모르겠다”라며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옆 사람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고 가만히 스크린만 응시하는데 그쪽 분위기는 너무 달랐다. 우리말의 의미는 못 느끼겠지만 선입견 없이 콘서트처럼 즐기는 반응이 신기했다. 옆 사람과 대화도 하고 소리 지르고, 놀라면 때리면서 엔터테이닝 하게 보더라.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워서 놀랐다”라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왜색 논란, 혼령과 정령의 구분, 허구와 현실의 경계에 대해 기획 의도를 밝혔다. “가장 고민한 부분이었다. 재미있는 유령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관객이) 불편하더라도 한 발짝 나아가는 게 만듦새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왜색적인 이상한 뱀도 (그런 상황을) 사전에 완충하는 다리 역할로 내놓은 거다. 뱀파이어, 강시, 미라 영화를 떠올리며, 옆 나라에서 건너온 유령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게 더 영화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요소로 판단했다”라며 강조했다.

한편, <파묘>는 한국 오컬트 장르의 선구주자로 떠오른 장재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의 압도되는 연기로 체험적인 연출을 끌어올린 영화다. 개봉은 오는 2월 22일 이다.

픽앤픽스 전문기자